
에스까페아르 작가는 욕망과 불안이 만들어낸 임의의 세계를 유영하며, 그 흔적들을 캔버스에 구현합니다. 그림 속 형상들은 자유와 금기, 현실과 가상이 뒤엉키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뒤섞입니다.
작가는 익숙한 풍경을 허물고 해체하며 그 파편들을 무작위로 연결하는 표현방식을 통해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자 합니다.
작품 <마지막 제물>은 초현실주의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중이미지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. 멀리서 보면 푸른 옷를 입고 눈물을 흘리는 인간의 모습으로 보이지만, 가까이 다가가면 수도원을 떠나는 노승(老僧)이 마지막 제물인 물고기와 입맞춤하는 장면이 나타납니다. 이 두 가지 이미지는 욕망과 파국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 내면의 모순을 상징하고, 문명이 야기할 결말과 그 끝에서 인간이 자연과 마주하게 될 순간을 시각적 상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.